“⋯가장 욕망을 가졌던 사물을 소개해주세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노래방 반주기에 집착했습니다. 8살쯤의 일기를 보면 그날그날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의 리스트와 반주기와 화면 인터페이스에 대한 간단한 스케치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노래방 반주기를 웹에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자는 가정용 반주기를 구매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가정용 반주기는 업소용 반주기에 비하면 애들 장난감이었습니다. 가지고 싶었던 반주기로는 금영 KMS-A50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함께 노래방을 찾던 친구들이 청승맞은 표정으로 임창정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음악적 취향이 형성되면서 노래가 반주기의 사운드 시스템에서 ‘번역’되어 나왔을 때의 편차가 점점 커짐을 느꼈을 때, 반주기에 관한 관심은 식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