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스크린에서만 만들어온 나의 작업물이 실제로 제작되었을 때 ‘출산의 기쁨’을 느낄 때도, 뜻밖의 괴리에 놀랄 때도 있습니다. 영상 작가이자 건축가로서 자신의 작업이 퍼블리시되고 준공할 때의 차이와 느끼는 감상들이 궁금합니다. 또, 건축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한 명의 생산자로서 분야별로 대표할만한 작업물이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건축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근무하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최근에 완공한 근린생활시설의 프로젝트 리더로 참여했어요. 브랜드들이 공간을 대관해 홍보하는 공간으로 익선동이라는 오밀조밀한 동네에 7m 층고의 직육면체의 공간을 조성해 익선동의 모습이 3면의 유리 벽으로 투명하게 침투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여름에 완공해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 각각의 브랜드들이 공간을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사용하더라고요. 어떤 곳에서는 주변의 맥락과 무관하게 건물 내부에 벽을 만들어 시선이 내부로 쏠리도록 계획했고, 어떤 곳에서는 높은 층고를 관통하는 나무 조형물을 설치했어요. 또 다른 곳에서는 건물의 중앙에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해서, 미술 작품들이 마치 런웨이를 하는 듯한 전시를 했습니다. 동일한 공간에 아카이빙되는 전시 형태의 다양함을 보는 것이 매우 즐겁습니다. 한동안 계속 즐거울 것 같아요.”